화식열전

from 좋은글모음 2012. 10. 25. 23:33

'화식열전'은 열전의 실질적인 마지막 편이다. 자신의 뜻과 맞지 않다며 수양산에 들어가 굶어 죽은 철저한 '정신의 귀족' 백이와 숙제 형제의 이야기로 시작된 열전이 '부의 추구'라는 인간의 욕망을 인정하고 나아가서는 30명 상인들의 행적을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다시 한 번 사마천의 원대하고 깊은 안배와 그 절묘함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진의 통일과 곧 이은 붕괴 그리고 짧지만 격렬했던 재통합 과정을 목격하면서 사마천은 종래 대일통이나 천인감응 따위의 주장이 갖는 경직성과 공허함에 강한 의문을 품었고, 결국 정치적 금기였던 영역을 건드렸다. 즉 절대권력을 뒷받침하는 이론체계에 근원적 의문부호를 던졌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인간에게서 찾았다. 무한한 탄성을 가진 생명체 그리고 끝없는 욕망의 진원지로서의 인간을 직관했고 경험했다. 권력과 권위의 원천에 대해 심사深思했고, 그것의 진정한 목적과 행사 대상에 대해 숙고熟考했다. 구체적으로는 경제 원리에서 인간 본성의 탈출구를 찾았다. 따라서 그의 경제사상은 정치경제사상이라 불러야 옳다.

사마천은 부에 대한 인간의 본성을 제대로 통찰했기 때문에 그를 바탕으로 건전한 경제관과 경제사상을 정립할 수 있었다. 성선과 성악이라는 단순하고 추상적이고 윤리 도덕적이며 심지어 위선적인 이분법이 아닌 인간 욕망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이기심을 포착했던 것이다. 그의 경제사상이 여전히 살아 꿈틀거리는 이유도 경제 자체를 생명체로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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