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리高漸離는 축筑(거문고 비슷한 악기)을 켜고 형가는 그것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변징變徵(아주 슬픈 음조)의 소리를 내니 듣는 사람들이 모두 눈물을 흘렸다. 또 앞으로 걸어가면서 노래 부르기를 '바람은 으스스하고 역수는 차거워라. 장사壯士는 한 번 가면 다시 못 오리.' 또 우성羽聲(분노를 담은 음조)을 내니 듣는 사람들이 모두 눈을 부릅뜨고 머리카락이 갓을 뚫을 듯이 일제히 일어섰다. 이에 형가는 수레에 올라 떠나갔는데 끝내 뒤를 보지 않았다.
此地別燕丹(차지별연단) 이 땅 연단과 헤어질 때
壯士髮衝冠(장사발충관) 장사 머리카락 갓을 찌른다
昔時人已沒(석시인이몰) 옛날 사람 이미 가고 없고
今日水猶寒(금일수유한) 오늘날의 물은 아직도 차다
-낙빈왕駱賓王, '역수송별易水送別(역수에서 이별하며)'
진왕이 지도를 펴본다. 지도가 다 펼쳐지자 비수가 드러났다. 그때 형가는 왼손으로 진왕의 소매를 잡고, 오른손으로 비수를 잡아 진왕을 찔렀다. 비수가 몸에 닿기 전 진왕이 놀라서 몸을 끌어 일어서니 소매가 떨어져 나갔다. 검을 빼려고 했으나 검은 길고, 칼집을 잡은 데다, 서둘러도 검이 칼집에 물려 잘 빠지지 않았다. 형가가 진왕을 쫓아가니 진왕은 기둥을 돌며 달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