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孔子)가 사람들에게 포위당하여 거의 죽게 되었다.
이때 태공임이란 사람이 찾아와 공자에게 말했다.
"동해에 새가 있는데 그 이름을 의태(意怠)라 부릅니다.
그 새는 본성이 느려서 아무 능력도 없는 듯이 보이지요.
날 때에는 다른 새들이 서로 이끌어 주어야 날고,
쉴 때에는 다른 새들과 붙어 있습니다.
나아갈 때에는 감히 다른 새들의 앞에 서지 않고,
물러설 때에는 감히 다른 새들보다 뒤서지 않습니다.
먹이를 먹을 때에도 감히 다른 새보다 앞서 맛보지 않고,
반드시 다른 새가 먹고 난 나머지를 먹는다오.
그래서 그 새는 다른 새들 무리에서 배척당하는 일이 없고,
사람들에게도 해를 입지 않는 것이오.
따라서 재난을 면하고 있습니다.
곧은 나무는 먼저 잘리고(直木先伐),
맛있는 우물은 먼저 마르는 법입니다(甘泉先渴).
선생(孔子)을 생각해보면 자신의 지식을 꾸며 어리석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몸을 닦아 남의 허물을 들추어내고,
마치 해와 달을 걸고 가듯이 훤하게 자신을 내세우기에 환난을 면치 못하는 것입니다.
옛날에 내가 위대한 덕을 이룬 사람에게서 들은 바에 의하면,
스스로 뽐내는 자는 공(功)이 없게 되고,
공(功)을 이루고 물러나지 않는 자는 실패하게 되며,
명성을 이루고 그대로 머물고자 하는 자는 욕을 보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어느 누가 과연 공명(功名)을 마다하고 보통 사람들과 같이 처신하겠습니까?
그의 도가 널리 행하여져도 자기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그의 덕이 세상에 시행되어도 명성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마음을 순수하게 가지고,
언제나 한결같이 행동하여 마치 미친 사람인 양 무심하게 공적을 남기지 않고,
권세를 버리며 공명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러면 남을 책잡는 일도 없고,
남에게 책잡힐 일도 없을 것이오.
지인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법이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공명(功名)을 좋아합니까?" 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공자(孔子)는 곧 사람들과의 교류를 끊고 제자들을 버리고 큰 늪지에 숨어 살면서 도토리와 밤을 주워 먹으며 살았다.
그리하여 짐승들 사이로 들어가도 무리가 흩어지지 않았고,
새들 틈에 들어가도 그 행렬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새와 짐승들도 그를 싫어하지 않았으니 하물며 사람들이야 어떠했겠는가!
장자(莊子)는 일상을 초월한 관점에서 현실세계를 관찰함으로써 절대적 권위와 보편적 진리, 상식적인 사고, 세속적인 가치에 도전하는 비판의식을 지녔다. 인간의 본성을 따르지 않고 억지로 각종 제도나 이념을 통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세상을 다스리려 하는 것은 소의 코를 뚫는 것과 같은 것으로 결과적으로는 고통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굴복시키는) 것이 야수를 굴복시키는 것 보다 더 어렵고,
계곡을 물로 채우는 것 보다 사람의 욕심을 채우는 것이 더 어렵다고 했다(채근담)
장자(莊子)가 산속을 가다가 가지와 잎이 무성한 큰 나무를 보았다.
나무꾼이 그 옆에 있으면서도 나무를 베지 않는 것을 보고 그 까닭을 물으니 쓸모없다는 것이다.
장자(莊子)가 말하였다.
"이 나무는 쓸모가 없기 때문에 천수를 다하는 것이다."
장자(莊子)가 산에서 내려와 친구의 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친구는 기뻐하면서 하인에게 일러 거위를 잡아 요리하라고 했다.
하인이 물었다.
"그 중 한 놈이 잘 울고 한 놈은 울 줄을 모르는데 어느 놈을 잡을까요?"
주인이 말하였다.
"울 줄 모르는 놈을 잡아라."
제자가 장자에게 물었다.
"어제 산 속의 나무는 쓸모가 없어 천수를 다했는데,
오늘의 거위는 쓸모가 없어 죽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처신하시려는지요?"
장자(莊子)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재목이 되고 재목이 되지 않는 것의 중간에 처신하겠다.
그러나 재목이 되고 재목이 되지 않는 것의 중간이란 것은,
도와 비슷하기는 하나 참된 도는 아니므로 화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자연의 도와 덕을 타고 유유히 떠다니는 자라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칭찬도 없고 비방도 없으며,
한번은 용이 되었다가 한번은 뱀이 되었다가 시간과 더불어 변화하면서 한 곳에 집착하지 않고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조화로움을 자신의 법도로 삼을 것이다.
만물의 근원에서 노닐 게 하여,
사물을 사물로서 부리되 외물에 의해 사물로서의 부림을 받지 않을 것이니 어찌 재난 같은 것이 있을 수 있겠느냐?
이것이 바로 신농씨와 황제의 법칙인 것이다.
그러나 만물의 실체나 인간 세상의 이치는 그렇지 않아서,
모이면 흩어지고, 이루면 무너지고, 모가 나면 깍이고,
높아지면 비난받고, 무언가 해놓으면 훼손당하고,
어질면 모함을 받고, 어리석으면 속임을 당한다.
그러니 어떻게 재난을 면할 수 있겠느냐?
슬프도다! 너희들은 명심할지니,
자연의 도와 덕이 행하여지는 곳에서만 재난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니라."
-의태(意怠),"장자" '산목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