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에는 태조 왕건과 개국일등 공신이 네 사람이 있었는 데, 태조 왕건이 왕씨이고, 홍유, 배현경, 신숭겸, 복지겸은 태조 왕건과 같이 고려를 세운 일등공신들로, 서기 918년 6월 궁예의 폭정을 종식시키고 고려를 개국한 후 그 해 8월 일등공신 네 사람 중 홍유, 배현경, 복지겸은 원래 자기의 성을 쓰게하여 홍유는 의성 홍씨, 배현경은 경주 배씨, 복지겸은 면천 복씨의 시조가 되었으며, 성이 없던 신숭겸(원래의 이름은 능산 혹은 삼능산)에게는 신씨 성을 하사하여 평산 신씨의 시조가 되었다.
왕건은 고려를 개국하고 사성정책(성을 하사 하는 것)을 써서 많은 사람에게 성을 하사했는 데, 제일 먼저 사성을 받은 사람이 신숭겸이다. 이 신숭겸에게 성을 하사한 재미있는 전설이 역사의 기록에 전해 오는 데, 그 내용은 평산 신씨 편에서 자세히 언급하기로 한다.
왕건은 개성 왕씨다. 그러나 왕건이 사성을 하면서 자기와 같은 글자인 왕(王)씨를 많이 사성하였는 데, 이들은 개성 왕씨와 다른 왕씨들이다. 대표적인 몇 가지를 살펴 보면, 우선 명주(지금의 강릉)의 장군 순식(順式)은 원래 경주 김씨였는 데, 왕씨 성을 받아 왕순식이라 하였으며, 또 왕후(王煦)라는 사람은 원래 안동 권씨로 대학자 권부(權簿)의 아들로 본명은 권재(權載)였다. 또 해주 왕씨의 시조인 왕유(王儒)도 본래의 성씨는 박(朴)씨 였다. 고려 9대 임금인 덕종의 장인인 왕가도(王可道)도 원래는 청주 이씨였다. 한 편 제남 왕씨도 있는 데, 이들은 중국에서 귀화한 왕씨이다.
한편 태조 왕건의 사성 기록에는 미워서 준 성씨도 있다. 동국여지승람에 보면, 태조 왕건이 나라를 세운 뒤, 목천(木川) 지방 사람들이 자주 반란을 일으키자, 그들을 미워한 태조가 우(牛), 마(馬), 상(象), 돈(豚), 장(獐) 등을 성으로 하사 하였는 데, 이는 소, 말, 코끼리, 돼지, 노루 등 짐승의 이름이다. 이렇게 불명예스러운 성을 받은 조상의 후손들은 훗날 우는 우(于)로, 상은 상(尙)으로, 돈은 돈(頓)으로, 장은 장(張)으로 고쳤다. 참고로 장(張)씨는 지금의 인동 장씨가 아니다.
*참고*
지금까지 삼국시대 이전에 있었던 성씨로 부터 고려시대에 생긴 성씨 까지 를 대략 살펴 보았다. 이제 부터는 현재 어떤 성씨들이 얼마나 있으며, 또 각 성들은 누구를 시조 어떻게 생겨 났는가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 보려고 한다. 한 편 이 ‘성씨 이야기’는 역사인 동시에, 개개 문중의 문중사이기 때문에 정확한 근거 없이, 읽는 사람들의 재미에 맞추어 쓸 수가 없으며, 또한 부득이 꼭 한문을 필요할 경우 최소한의 한문은 쓸 수밖에 없으므로 불편하더라도 이 점 이해 해주기 바라며, 이제 부터는 꼭 사실을 강조해야 하는 경우를 빼놓고는 딱딱하지 않고, 좀 부드럽게 쓸 생각이므로 많은 사람들이 읽고, 보학(譜學)의 지식과 아울러 상식을 쌓아 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