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에서[최영미]

from 바람의노래 2012. 12. 11. 13:03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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