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8수복 직후의 어느 풍경

                                               고은


아내가 빨갱이한테 학살당한 뒤

숨어 있다 돌아온

강기환이 치안대장이 되었다


마당 생솔가지불이 지글지글 타올랐다

치안대장 강기환이

빨갱이 김백철이 장모와

빨갱이 갬백철을

헛간 유치장에서 끌어냈다


치안대장 열서넛이

생솔가지불 둘레에 서 있다


강대장이 사위를 몽둥이로 쳤다

저년과 붙어봐

장모의 옷도 다 벗겨졌다

저년과 붙어봐 이새끼야

뭉둥이로 쳤다

놀라운 일이었다

사위 김백철의 성기가 일어났다

장모를 뭉둥이로 쳤다 장모와 사위가 붙어버렸다


장모의 꼬인 두 다리가 풀렸다

장모를 쳤다

장모와 사위가 숨가쁘게 진행했다

이윽고

장모와 사위가 절정을 이루었다

멍든 등짝

핏물 튀긴 엉덩이 들썩이며

절정을 이루었다


강대장 담뱃불을 비벼 껐다

이런 짐승은 살려둘 수 없어


그의 총탄이

눈 감은 장모와

눈 감은 사위 김백철에게 박혔다


강대장은

다음 빨갱이 어머니와

빨갱이 아들을 불러냈다

또 뭉둥이찜질이 벌어졌다

비명은 차츰 줄어들었다

비명이 그쳤다 너무 쉽게 죽어버렸다

강대장 화가 났다

이새끼들

왜 이렇게 빨리 뒈져 썅!


―고은, "만인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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