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치 포구 다정옥
고은
달치 포구도 포구라고
밴댕이젓 나부랭이 아니면
눈꼽조개껍질이나 흩어진 것도 포구라고
거기 선술집 다정옥 있다
다정옥 춘자란 년
꼭 단호박같이 생긴 년
작달말한 것이
챙길 것은
여간내기 아니게 챙기고 나서
한번 누워주었다 하면
요분질로 밤새워
사내 피 다 말리는 춘자
바람 되게 불어쌓는 밤
웬만한 사내 둘은 거뜬히 죽어나는 밤
땀 식은 껄껄한 몸 가득히
신새벽 담배연기 힘껏 빨아들이는
그 담배 맛에 죽었다 깨어나는 밤
―고은, "만인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