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0년 전 쯤에 ‘창조적 파괴’란 말이 사회 전반에 유행처럼 돌던 때가 있었습니다. 창조적 파괴란 새로운 창조를 위해 과거의 것을 극복하는 것, 즉 혁신을 이야기 한 것이죠. 자본주의에서 ‘창조적 파괴’를 주장하고 혁신의 중요성을 언급한 사람이 바로 오늘 설명드릴 조지프 슘페터 입니다. 케인즈와 같은 해에 태어나 동시대를 살았지만 케인즈와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본 경제학자이죠. 지금 현재 쓰이는 기업가 정신과, 혁신의 개념은 슘페터로부터 비롯되었고 기존의 ‘움직이지 않는’ 자본주의와 경제학을 역동성 넘치는 모습으로 해석한 사람도 바로 슘페터입니다. 오늘은 이 슘페터의 대표 저작이라 할 수 있는 ‘경제발전의 이론’을 통해 그의 아이디어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경제의 역동성 – 정태성과 동태성

 경제발전의 이론이라는 제목만 보면 경제역사서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경제발전의 이론’ 초판에서 이 책을 사본 사람들이 무수히 오해를 했는지 슘페터는 2판부터 제목을 바꿀까 진지하게 고민을 한 적이 있을 정도였죠. 하지만 책 제목은 여전히 ‘경제발전의 이론’으로 유지되었고 이 책은 슘페터 최고의 저작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자 그러면 이 책 제목에 대해서 잠깐 고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발전의 이론’입니다. ‘경제 이론’이 아니라요. 즉 가만히 머물러 있는 상태의 경제가 아니라 경제가 발전하는 움직이는 경제의 모습에 대한 이론이란 이야기입니다. 슘페터 이전의 경제학자들이 다루던 모양은 바로 시간이 흐르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멈춰있는 상황에서의 이론들입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이때까지 연재한 시리즈 중 마셜까지의 내용에서 시간이란 개념이 부과된 이론이 있는지를요. 스미스도, 리카도도 특정 시점에서의 수요와 공급, 비교우위를 거론했을 뿐입니다. 한계효용의 마셜도 마찬가지요. 슘페터는 이러한 멈춰있는 경제학으로는 이자율의 발생 원인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또한 케인즈가 지적한 바와 같이 ‘공황’ 또한 설명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래서 멈춰있는 경제학에 움직임과 변화를 강조하면서 경제 내부에서 스스로 변화하는 슘페터식 경제학을 완성시킨 것이지요.

 그렇다고 기존의 경제학에 변화가 없었느냐, 아닙니다. 외부적인 충격에 의해서 경제는 변화한다는 것을 고전 경제학자들도 인정은 하고 있습니다. 기후의 변화, 인구의 변화 등에 의해서 경제는 변화한다는 것이죠. 슘페터는 여기에 그러한 외부적 요인이 아니라 내부적 요인에 의해서도 경제는 변화한다는 것을 주장한 것입니다. 


2. 변화와 혁신이란 무엇인가

 19세기 후반까지 말과 마차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효율적인 운송수단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인류 최고의 운송수단이었던 말과 마차는 자동차와 철도가 등장하면서 비효율적인 운송수단으로 돌변했습니다. 이것은 운송수단에 자동차와 철도라는 혁신이 발생했기 때문이죠. 슘페터는 이러한 경제 내부에서 발생하는 혁신이 경제를 움직인다 본 것입니다. 혁신이란 무엇일까요. 평소에 빵을 만들던 사람이 빵 만드는 양을 더 늘렸다고 해서 혁신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이 변화와 혁신은 전과는 다른 비연속적인 변화를 이야기 합니다. 위에 든 예처럼 마차와 철도는 아무런 직접 관계가 없습니다. 슘페터는 이에 대해 ‘마차를 아무리 연결해도 철도가 되진 않는다’라는 기발한 비유로 설명합니다. 말 그대로 마차들을 아무리 모아놓고 혁신을 이야기 해 봤자 마차가 철도가 되진 않지요.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마차를 운용할 수 있을까는 고민할 수 있어도 말이죠. 결국 철도라는 혁신은 마차와는 전혀 관계 없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이것이 슘페터가 이야기하는 전과는 단절된 비연속적 변화, 즉 혁신입니다.


3. 기업가와 사업가

 이러한 혁신은 기업가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고 슘페터는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경제의 변화, 혁신에 있어서 기업가의 중요성은 매우 중요한 것이죠. 그럼 이 기업가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업가라 했을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기업을 운영하는 CEO나 경영권을 행사하는 주주, 작은 사업을 영위하는 주인 등의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그러한 이미지는 슘페터가 이야기한 기업가와는 많이 다릅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한 이미지는 ‘직업’으로서의 이미지고 이러한 것을 슘페터는 ‘사업가’로 지칭했습니다. 슘페터가 이야기한 ‘기업가’는 기질과 성향을 이야기 한 것입니다. 따라서 사업가도 기업가가 될 수 있고, 일반 노동자도 기업가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가가 기업가인 것은 아니며 기업가가 되더라도 그 기업가의 성질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아까 마차와 철도의 사례로 돌아가볼까요? 마차주들은 이 마차를 운영하는 사업가입니다. 이들은 마차를 철도로 변화시킬 생각을 했을까요? 아닙니다. 마차를 아무리 연결해도 철도가 될 수 없는 것처럼 이들은 마차의 운용 효율을 개선하는 방법을 생각했을 순 있어도 마차와의 단절은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철도로의 혁신은 사업가들인 마차주들이 아니라 전혀 다른 외부로부터 발생했습니다. 이 철도로의 혁신을 일으킨 사람들은 기업가고 마차주들은 단지 사업가일 뿐이죠. 이런 이유 때문에 슘페터는 기업가를 혁신과 경제발전에 가장 중요한 원동력으로 인식한 것입니다.


4. 슘페터의 ‘기업가 이윤’과 마르크스의 ‘잉여가치’

 마차에서 철도로의 변화 같은 혁신에 의해 경제가 발전을 하면서 혁신을 주도했던 기업가는 혁신에 의해 창출된 초과수익을 거두게 됩니다. 물론 이 초과수익은 시간이 지나면서 후발주자들이 따라붙게 됨에 따라 사라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시적인 초과수익은 발생하기 마련이지요. 이러한 초과 수익은 기업가의 것이여야 함을 슘페터는 주장합니다. 이것이 ‘기업가 이윤’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업가의 혁신은 크게 다섯가지로 들 수 있습니다.

1) 새로운 재화

2) 새로운 생산방법의 도입

3) 새로운 시장의 개척

4) 새로운 공급원 확보

5) 새로운 조직 형성 및 파괴

 이러한 다섯 가지 혁신들을(전부는 아니더라도) 이뤄낸 것에 대한 보상이 바로 기업가의 이윤이란 것입니다. 따라서 이 기업가 이윤은 선점적 효과에 의해 잠시 잠깐 생기는 것이고 수익의 개념에 가깝습니다. 기업가 이윤에서 마르크스의 잉여가치와 약간 흡사하다고 생각하신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슘페터와 마르크스와의 결정적 차이가 드러납니다. 마르크스는 잉여가치를 이야기 하며 노동자들의 잉여노동에서 창출되는 이 가치를 자본가(사업가)가 모두 갈취함을 이야기 했지만 슘페터는 기업가의 행위와 의지에 따라 이루어진, 혁신을 통한 비용을 초과한 수익을 이야기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것은 일종의 기업가에 의한 ‘선점효과’로 발생한 수익에 가깝고 때문에 마르크스의 잉여가치론의 관점으로 슘페터의 기업가 이윤을 비판해선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이론으로 인해 기존에 마르크스가 주장한 착취 개념이었던 추가 이윤은 기업가의 보수 개념으로 전환 될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5. 은행가의 중요성

 그러면 이러한 혁신에 필요한 자금 조달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마셜까지의 경제학자들이 다루던 정태적 경제에서 기업은 과거의 매출로 외부의 힘 없이도 자금조달이 가능하지만 혁신은 과거의 단절이기 때문에 그러한 매출이 아예 없거나 매출은 기존 사업 영위에 쓰이느라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현대식 용어로 이야기 하자면 ‘벤처’나 마찬가지인 거죠. 결국 외부에 의존을 할 수 밖에 없고 그런 자금을 대주는 공급자는 은행입니다. 그 중에서도 거대 은행의 역할과 필요성을 주장했지요. 왜냐하면 정태적 경제 순환의 상태에서는 발생된 비용과 감가상각비를 초과하는 이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 새로운 화폐의 창출능력을 가진 상업은행에 의해서만 자금조달이 이루어져야 가능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주식등으로 기업에 직접 투자를 하는 자본가는 화폐 창출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니까요. 왜 화폐 창출능력이 중요한가 하면 혁신적 기업가가 투자를 할 때, 상업은행은 그 투자계획을 지원하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발생시켜 강제적으로 저축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저축이 투자를 발생시킨다는 고전학파의 생각과는 정 반대인 것으로 경제적 발전에 중요한 것은 혁신에 대한 투자이지 저축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저축은 기업가에게 투자 유인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기업가의 투자를 지원해 줄 은행가의 중요성과 대형은행의 필요성을 슘페터는 역설했던 것입니다.


6. 케인즈와의 차이점 – 경기순환과 불황의 필요성

 이러한 슘페터의 아이디어는 같은 해에 태어난 또 다른 천재, 케인즈의 아이디어와 많은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두 사람 모두 다 기존의 고전, 신고전경제학으로는 불황에 대한 설명이 불가능 하다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두 사람은 각자의 이론으로 불황에 대해 해석을 하였습니다. 케인즈는 앞서 설명 드렸던 대로 불황의 원인을 유효수요의 부족으로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슘페터는 수요는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한 것이죠. 아까 마차와 철도의 예로 돌아가자면 마차가 있었을 당시 마차에 대한 수요는 있어도 철도에 대한 수요는 없었습니다. 왜냐면 철도는 존재하지도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혁신에 의해 철도가 탄생하고 그 탄생이 수요를 만들었다는 것이 슘페터의 주장입니다. 혁신은 결코 수요에 의해 탄생한 것이 아니라 기업가의 행위에 의해 탄생한 것이란 주장이죠. 따라서 유효수요를 늘리기 위한 케인즈식 시장개입 처방에 반대했습니다.

 슘페터는 불황을 호황에서 불황으로, 불황에서 호황으로 이어지는 경기 순환의 한 단계로 보았습니다. 호황이란 특정한 시점에서 기업가들의 대거 등장으로 인해 혁신의 연속에 따른 경제 발전이고 불황은 혁신 이후 경제가 균형점을 찾아가는 시기라는 것이죠. 불황이란 그러한 경제적 순환의 단계이기 때문에 케인즈처럼 시장에 개입하는 행위를 반대한 것입니다. 오히려 불황이란 경제에 있어 필수 불가결이며 호황에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인식을 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대공황 같은 재앙적 상황 조차 필요하다고 본 것은 아니지만요.

 누가 옳은 것일까요? 누가 옳다 주장하긴 힘듭니다. 케인즈는 그 대표저작 ‘일반이론’의 제목대로 고용을 중요시 여겼기 때문이고 슘페터는 혁신에 따른 경제발전을 중요시 여겼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이 두 사람간에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수학을 매우 잘 했던 케인즈는 경제학에 수학을 도입하던 것을 매우 꺼렸던 반면에 수학에 비교적 약했던 슘페터는 수학 도입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는 점입니다. 


7. 신자유주의와의 연관

 이렇듯 경제 발전과 혁신에 대한 훌륭한 아이디어를 제공한 슘페터입니다만 슘페터 본인과 그의 오스트리아 학파의 이론들이 이후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근원이 되었다는 점에서 쏟아지는 비판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슘페터의 아이디어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은 자기들에 유리한 식으로 해석 되어 이용된 케이스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기업가에 대한 기업가 이익 부분입니다. 슘페터는 먼저 설명 드렸듯이 기업가이익이란 기업가의 행위에 대한 잠깐 발생하는 추가이익을 지칭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들어서 이러한 기업가 이익은 기업의 경영자들의 높은 임금과 옵션들을 정당화 하는 이론적 근원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우리는 ‘사업가’들이 왜 높은 보수를 받는가에 대해 그들이 리스크를 지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슘페터의 기준으로 보면 ‘기업가’는 전혀 리스크를 지지 않습니다. 손실을 입는 사람은 기업가에 자금을 공급하는 사람들이죠. 자기 개인 재산을 들이는 기업가가 있지 않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기업가가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까지 맡았기 때문이지 기업가로서의 역할은 아닙니다. 분명히 슘페터는 ‘기업가’란 직업이 아닌 태도임을 이야기 했는데도 어느새 슘페터가 이야기한 ‘기업가’는 사업가 혹은 자본가와 동의어로 쓰이게 되었고 결국 그들의 주장을 견고하게 하는 이론적 근원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8. 마무리

 슘페터가 그의 저작 ‘경제발전의 이론’으로 많은 주목을 받지만 아쉽게도 그와 그의 오스트리아 학파의 아이디어들은 케인즈와 같은 주목을 받진 못합니다. 왜냐하면 대공황의 시절이었고 결국 케인즈식 처방으로 대공황은 타개 되었는데다 케인즈식 처방으로 1960년대까지 전세계적으로 경제적 황금기가 도래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혁신이란 표현을 경제학의 중심으로 옮겨놓은 슘페터의 아이디어는 결국 빛을 보았고 지금은 어디서나 혁신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이 슘페터의 ‘혁신’ 덕분인 것입니다.

 슘페터는 결국 경제학에도 혁신을 일으킨 장본인이 되었습니다. 피구효과로 유명한 피구(Arthur Pigou)와 더불어 계량경제학회 창립 멤버로서 계량경제학의 시대를 열었으니까요. 지금 경제학을 배우는 사람들이 수학으로 골머리를 앓게 만든 장본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니, 꽤 굉장한 혁신임에는 틀림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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