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우리를 전혀 모른다
쓰레기 치고 받은 돈으로
눈 오는 날은 소주 한잔 걸치고
적금 들어 3년 뒤
레어카 한 대 사서
엿장수나 고물장수 차리는 줄 알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오래된 잡지나 헌 신문지
버리는 빈 병이나 쇠토막까지도
몇 푼의 강냉이로 바꿔 가고
저승의 골목길 지키고 서서
송장의 금니빨 노리는
그들과 우리는 전혀 다르다
세상의 모든 욕망 끝나버린 곳
돈이 죽어버린 쓰레기터에서
우리는 연탄재를 흙으로 돌려보낸다
주인 없는 신발짝과 피묻은 넝마
썩은 생선 가시와 찢어진 비닐 조각들
모두가 정답게 함께 어울려
바람에 흩날리고 비에 젖으며
고향으로 떠나가는 쓰레기터
이승의 마지막 벼랑에서
역겨운 땅 위의 냄새 모닥불로 태우는
우리는 그들과 전혀 다르다
엿장수나 고물장수 가위 소리에
한가한 봄날의 권태를 들고
되도록 쓰레기터를 멀리 피하여
은행으로 가는
교회로 가는
당신들은 우리를 전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