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무 해 비가
온 천하 사람 덮을 지경에 이르러
요 임금은 곤(鯀)을 불렀다
곤은
불을 훔쳐온 프로메테우스처럼
한줌만 던져도 산처럼 커지는 하늘님의 식양(息壤)으로
황하(黃河) 긴 강을 따라 막고 쌓았다
2
외로워라, 곤이여
끝내 물길은 잡지 못하고
우산(羽山)에서 죽었다네
3
나는 들었다
곤의 아들 우(禹)가 죽은 아비의 배를 가르고 태어나
물길은 터야 하는 법이라
쌓고 막는 게 아니라 트고 나서야
물은 흘러 충충히 내려갔다고
삼문협(三門峽) 골짜기를 스치는 바람마저 소슬하리니
곤이여, 그대의 우직함이
아들의 지혜를 열었다면
죽음이라도 달게 받아 서운치 않았으리.
-『구름의 이동속도』, 문예중앙, 2012년, 22쪽~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