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춘추 시대 노(魯)나라에 살았던 미생(尾生)이란 사람은 신의가 두터워서 약속을 꼭 지키는 것을 자랑으로 삼았다. 그런 미생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고, 하루는 약속 장소에 여자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그날 공교롭게도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는 계속해서 내렸고 개울물이 점점 불어났다. 처음에는 종아리가 잠기더니 어느덧 무릎까지 차올랐고, 급기야 허리까지 물에 잠겨 이젠 빠져나가기도 어려운 형편이 되었다. 그래서 미생은 다리 기둥을 안고 버티었다. 약속은 꼭 지켜야했다. 물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 결국 미생은 익사하고 말았다.
유명한 도둑 도척(盜?)을 설득하여 새 사람을 만들려고 찾아간 공자(孔子)가 신의의 가치를 역설하면서 미생의 일을 인용하자, 도척은 콧방귀를 뀌고 이렇게 반박했다고 한다.
"흥! 그런 놈은 묶여서 도살당한 개나, 물에 빠져 죽은 돼지나, 쪽박 들고 빌어먹는 거지보다 못한 놈이지 뭐요. 쓸데없는 명분에만 매달려 소중한 목숨을 소홀히 하는 놈이 인생의 진미를 뭘 안다는 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