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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서백은 유리에 갇혔기 때문에 ‘주역’을 풀이했고, 공자는 진나라와 채나라에서 고난을 겪었기에 ‘춘추’를 지었으며, 굴원은 쫓겨나는 신세가 되어 ‘이소’를 지었고, 좌구명은 눈이 멀어 ‘국어’를 남겼다.

손자는 다리가 잘린 후 ‘병법’을 논했고, 여불위는 촉나라로 좌천되자 세상에 ‘여람: 여씨춘추’를 전했고, 한비는 진나라에 갇혀 ‘세난’과 ‘고분’ 두 편을 남겼다. 시 300편은 대체로 현인과 성인이 발분(發憤)하여 지은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모두 마음속에 울분이 맺혀 있는데, 그것을 발산할 수 없기 때문에 지나간 일을 서술하여 다가올 일을 생각한다. 좌구명이나 손자는 실명하거나 다리가 절단되자 희망을 잃고 물러나 책을 지어 토하고 글에 의지해 깊은 뜻을 세상에 알리려 했던 것이다.

옛날 다산 정약용은 참혹한 유배지 생활 동안 ‘여유당 전서’를 지었고, 추사 김정희는 제주도 유배지에서 ‘세한도’를 그렸다. 시인 한하운은 천형(天刑)이라는 한센병을 앓으면서 시를 지었다. 김지하는 독재정권에 저항하여 ‘오적’을 비롯한 걸작을 남겼으며, 신영복은 젊은 시절을 감옥에서 보낸 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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