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밀회[고은영]

from 바람의노래 2008. 12. 3. 13:45


지금 세상엔
단지 너와 나만이 숨을 쉰다.
그리곤 아무도 없다.

8월의 울창한 초록빛 언어
가장 편한 자세로
이름없는 오솔길 따라
질펀히 사정하는 풀빛 향

하늘로 치솟는 절정
능선의 사타구니 따라 흐르다.
욕심도 없이 마구 젖어드는
황홀한 행복

말없이 이루어지는
너와 나, 이 떨리는 교통

아, 죽어도 좋을
산이 되고 숲이 되고 나무가 되고
드디어 나도 풀이 되어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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