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일본적 사고방식과 관련하여 한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물론 무고한 민간인을 납치한 것에 대해 일본 국민이 분노를 표출한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정부가 개인 몇 명을 납치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일본군이 수천 명의 남녀를 납치하는 만행을 서슴지 않았던 것에 비해 비교적 미미한 인권유린에 불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2002년 가을의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 공론화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정치인과 여론 주도층을 비롯한 수많은 일본인이 보여준 격한 감정적 대응과 납치 희생자 및 그 가족들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제2차 세계대전 이래 기이하게(어쩌면 예측 가능하게) 균형감을 상실한 '피해의식'이 세계에 대한 일본인의 사고방식의 근저에 흐르고 있음을 여실히 입증해준다.

-앤드루 고든 '현대일본의 역사"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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