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과연 촛불시위는 '새로운' 것이었을까? 그것은 '노무현 시대'의 시위대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새롭게 시위에 합류한 이들에게만 새로운 것이었다. 그 놀랍도록 새롭고 매력적인 시위는 '노무현 시대'의 우리가 미처 보지 않으려고 했던 그 시대의 어둠이었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촛불시위에 나온 천주교 신부들은 이 성경구절을 인용했다. 하지만 진실을 말한다면 빛에 서 있는 우리는 결코 어둠을 보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비정규직 보호법은 분명히 참여정부의 '공로'였다. 이랜드가 법안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대량 해고를 단행하자 집권여당 쪽에서 손발이 안 맞는다고 툴툴거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최소한 대선 이전까지는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바랐던 것일 게다. 일부 촛불시위대가 결합하여 촛불시위와 비정규직 운동의 결합의 상징이 되었던 기륭분회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은 어떤가. 기륭을 지지한 많은 시민들조차도 그것이 이명박 정권의 문제인 것처럼 대했지만, 그녀들의 투쟁은 사실 2005년부터 시작되었다. 노무현을 싫어한 우리들은 이런 거 다 알고 있었다고 잘난 척 하려는 게 아니다. 사실 허구헌날 참여정부를 비판한 나같은 사람도 '노무현 시대'가 끝나기 전에는 민주노동당 표달라는 얘기나 할 줄 알았지 이런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한 실천적인 관심은 희박했으니까.
이런 얘기를 하면서 참여정부가 신자유주의였네 아니었네 하는 딱지 붙이기 논쟁을 하지는 말기로 하자. 경제정책적인 분석은 훨씬 더 엄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 같고 내 능력 밖의 일이다. 다만 나는 참여정부에서도 사회적 약자들은 광범위하게 시위를 해야 할 처지로 내몰렸다는 점, 그리고 그것은 무슨 이전 독재정권의 유산을 관리하는 와중에 생긴 일이 아니라 참여정부의 정책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점, 그리고 평균적인 상식인들은 그네들의 외침을 듣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듣지 못했다, 라는 결론에 미친 영향은, 다른 외부적인 요인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한 검열이었다. 참여정부 시대의 노빠들은 노무현 시대의 어둠을 들춰내려는 사람들을 마구 공격했으니까. 그래서 그들은 그 어둠을, 자신들이 매우 싫어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한 다음에야 대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매우 새로운 것인 양, 매우 끔찍한 것인 것처럼 말이다. 촛불시위대의 뒤늦은 깨달음은 노무현 시대에 배제되었던 '사회적 약자'가 바로 '시민'을 자처하는 자신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그 책임을 이명박에게 돌렸고 그중 일부는 노무현이 그립다고 외쳤다. 하지만 촛불시위는 분명 이명박의 실패가 아닌, 노무현의 실패의 산물이었다.
http://www.ddanzi.com/articles/article_view.asp?installment_id=251&article_id=4232
딴지일보 2009. 4. 20.월요일 - [노무현쇼크] '노무현 시대' 이후에도 진보정치는 가능할까? 중에서
<키보드워리어 전투일지 2000~2009> 저자 한윤형
(a_hrima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