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가 호흘에게 다음과 같은 얘길 들었습니다. 왕께서 당상에 앉아계시는데 어떤 이가 소를 끌고 당하를 지났다고 합니다. 그때 왕께서 그 모습을 보시고 ‘소는 어디로 가는가?’라고 묻자 ‘장차 흔종의 예식에 쓰려합니다.’라고 대답했고, 또 왕께서 ‘놔줘라. 나는 벌벌 떨면서 죄 없이 사지로 나아가게는 차마 못하겠다.’라고 말씀하시자, ‘그렇다면 흔종 예식을 없애시렵니까?’라고 대답하여 왕께서 ‘어찌 없애겠는가? 양으로 바꿔서 진행하라!’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알지 못하겠습니다. 그런 일이 정말 있었습니까?”
제선왕이 “있었습니다.”라고 말하자, 맹자께서 “이 마음이야말로 임금이 되기에 넉넉합니다. (그러나) 백성들은 다 임금이 재물을 아꼈다고 생각하나, 저는 진실로 왕이 차마하지 못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제선왕이 말했다. “그러하다, 참으로 백성들이 그렇게 여기겠구나. 제나라가 비록 좁고 작은 나라긴 하나, 제가 어찌 한 마리 소를 아끼겠습니까? 곧 벌벌 떨면서 죄 없이 사지로 나아가게는 차마 못했기 때문에 양으로 바꾸게 한 것인데 말입니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임금께서는 백성들이 ‘임금이 재물을 아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기이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작은 것으로 큰 것을 바꾼 것이니, 저들이 어찌 그것을 알겠습니까? 임금께서 죄 없이 사지로 나아가는 것을 맘 아파하셨다면, 소와 양을 어떻게 선택하셨겠습니까?”
왕이 웃으며 “이것은 진실로 어떤 마음인고? 나는 재물을 아끼려 했던 게 아니지만, 양으로 바꾸라고 했으니, 백성들이 ‘임금이 재물을 아꼈다’고 말하는 게 마땅하겠구나.”라고 말했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문제될 게 없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인(仁)의 방법으로 소는 보고 양은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군자는 짐승에 대해 살아있는 것을 보지만 그 죽은 것을 차마 보지 못하고 (죽기 직전에 애처롭게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선 그 고기를 차마 먹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군자는 푸줏간을 멀리합니다.”
-맹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