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사위(부마)

from 좋은글모음 2020. 12. 10. 12:21

흔히 임금의 사위가 되면 좋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특히 재능이 뛰어난 젊은이일수록 부마가 되면 인생 그날로 끝이다. 부마는 과거에 응시할 수 없고, 따라서 관직에 나아갈 수 없다. 관료가 되는 것이 최고의 이상이었던 사회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도 벼슬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저주에 가깝다. 해서, 빼어난 가문의 똑똑한 젊은이일수록 부마가 되는 것을 꺼린다. 물론 그 이하의 인간이라면 좋아하겠지만.

천재 세종의 경우를 보라. 그는 소현왕후심씨에게서 8명의 아들을, 영빈 강씨를 위시한 5명의 후궁에게서 또 10명의 아들을 얻었다. 딸은 공주와 옹주 합쳐 4명을 두었다. 엄청난 숫자 아닌가. 하지만 정조는 아들이라고는 순조 한 사람, 딸은 숙선옹주 한 사람뿐이었다. 이런 딸이었으니 얼마나 이뻤으랴. 한데 전하는 말에 의하면 이 옹주님이 하문下門이 막힌 고녀였다는 것이 아닌가. 즉 남자와 잠자리가 불가능한 여성이었던 것이다. 가련한 딸에게 더 애정이 가는 법. 정조는 사위만은 최고의 남자를 구해주리라 결심했다. 인물과 문장, 가문 등등을 고려한 결과 홍현주가 '찍혔다.' 왕의 사위, 곧 부마가 되면 출세는 그날로 끝임을 아는 홍현주는 속에 불길이 일어났으나, 왕명을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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