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 서경덕이 밖에 나갔다가 우연히 제 집을 찾지 못하고 길가에서 울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하여 “그대는 어찌 울고 있는가?”하고 물었다. 그는 “저는 다섯 살 때 장님이 되어 지금까지 20년을 보냈습니다. 오늘 아침에 집 바깥으로 나왔는데, 갑자기 하늘과 땅과 온갖 사물을 환하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기쁜 마음에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밭 두렁길은 갈림길이 많고 대문들은 서로 같아 제 집이 어느 곳인지 분별할 수가 없습니다. 어찌할지 몰라 울고만 있을 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화담 선생이 이렇게 말했다. “내가 그대에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겠다. 그대의 눈을 도로 감아보라. 곧바로 그대의 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그 장님은 다시 눈을 감고 지팡이로 더듬으며 길을 찾아가니 별 어려움 없이 제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박지원 『燕巖集 』<창애에게 답하다答蒼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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