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것은 성패가 이미 정해진 뒤에 쓴다. 성공과 실패에 따라 꾸미게 마련이니, 이를 보면 진실로 마땅한 것만 같다. 게다가 착한 사람의 허물은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고, 악한 사람의은 반드시 그 장점을 없애 버린다. 그런 까닭에 어리석고 지혜로움에 대한 판단과 착하고 악함에 대한 보답을 징험해 볼 수 있을 것 같아도 전혀 알 수가 없다. 당시에 훌륭한 꾀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있겠고, 졸렬한 계책이 어쩌다 맞아 떨어진 것도 있을 것이다. 선 속에 악이 있고, 악 속에 선이 있다. 그런데 천 년 뒤에 무엇으로 옳고 그름의 진실을 안단 말인가? 이런 까닭에 역사책에 근거해서 성패를 가늠해 보면 합치되는 것이 많고, 오늘날의 눈으로 보고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통해 생각해 보면 열에 여덟아홉은 맞지가 않는다. 이는 내 지혜가 밝지 않아서가 아니라 요행으로 이루어진 일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의 일이 어그러짐이 많아서가 아니라, 또한 역사책이 진실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천하의 일이 놓여진 형세가 가장 중요하고, 운의 좋고 나쁨이 그 다음이며, 옳고 그름은 가장 아래가 된다."

-이익, "성호사설"중 '독사료성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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