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

from 좋은글모음 2022. 1. 7. 20:49






안영은 춘추전국 시대 제나라 재상을 지낸 인물이다. 정치가로서 안영의 

어느 날 마구간지기가 실수로 제나라 경공이 매우 아끼는 말을 죽게 만들었다. 그 소식을 듣고 잔뜩 화가 난 왕은 당장 마구간지기를 죽이라고 명을 내렸다. 그러자 안영이 말했다.

“그를 당장 죽이는 것보다는 그가 왜 죽어야 하는지 그 죄를 명백하게 밝히는 것이 먼저일 듯합니다.”

잠시 뒤 안영은 마구간지기를 불러 경공께 무릎 꿇게 했다. 그리고는 그를 다그쳤다.

“네 이놈! 너는 세 가지 죄를 지어 죽는 것이다.
첫째, 네가 임무를 게을리 해서 임금이 아끼는 말을 죽게 한 것.
둘째는 말 한 마리 때문에 임금이 사람을 죽이게 만든 것.
그리고 셋째는 이 소문이 퍼져 임금이 말 한 마리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잔인한 사람이라고 욕을 먹게 만든 것이다.
이래도 네가 잘못이 없느냐?”

이는 말 한마리 잃었다고 사람을 죽이면 백성들이 경공을 잔인한 사람이라고 할 것이라는 우회적 표현이었다. 안영이 임금 스스로 깨닫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도운 것이다.

안영은 140cm도 채 되지 않는 단신이다. 안영이 초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 초 영왕(靈王)은 사람이 통과하는 문을 닫아걸고 그 옆에 개 정도나 통과할 만한 작은 문을 만들어놓았다. 키가 작은 안영을 업신여겨 창피를 주기 위함이었다, 이에 대해 안영은 ‘개 나라에 사신으로 간 자는 개 문으로 들어갑니다. 신은 지금 초나라에 사신으로 왔으니, 이 문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영왕은 어쩔 수 없이 대문을 열어 주었다. 그러나 영왕은 이 정도로 포기하지 않고, 제나라 출신의 도둑을 데려다 놓고 ‘제나라 사람은 이리도 훔치는 일을 좋아하는가?’라고 말하여 창피를 주었다. 이에 대해 안영은 ‘귤은 회수 이남에서는 귤(橘)이지만, 회수 이북에서는 탱자(枳)가 됩니다. 이는 토지와 풍토의 차이입니다. 제나라에서는 도둑질을 하지 않았던 자가 초나라에 와서는 도둑질을 하였으니, 초나라의 풍토는 사람들에게 도둑질을 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라고 되받아쳤다. 이 말에 영왕도 그만 안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비록 작은 체구의 안영이지만 당당한 기개와 번뜩이는 재치를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안영은 단지 말솜씨만 뛰어난 정치가가 아니었다.

최저崔?가 장공을 시해하고 경공을 세운 후 스스로 재상에 취임하면서 대부들에게 충성의 맹세를 강요하는 자리에서 안영이 공실公室을 버리고 최저에게 충성하는 자는 하늘의 벌을 받을 것이라고 서약문을 바꾸어 읽었다. 최저가 창을 그의 목에 대고 즉시 말을 바꾸도록 을러댔지만 안영은 꿈쩍도 하지 않고 오히려 최저를 꾸짖었다. 안영은 제나라의 현자였기에 최저는 하는 수 없이 안자를 풀어주었다. 안영이 수레에 오르자 이 일로 너무 놀란 하인이 수레를 빨리 몰아 집으로 가고자 하였다. 그러자 안영이 하인을 안심시키며 말하였다.

"편안하게 여기고 절도를 잃지 말라. 빨리 간다고 해서 반드시 사는 것도 아니고, 천천히 간다고 해서 반드시 죽는 것도 아니다. 사슴은 산에서 살지만 목숨은 부엌에 걸려 있다. 이제 나의 목숨도 어디엔가 걸려 있는 바가 있다."

최저의 협박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데서 그의 강직함을 볼 수 있고, 놀란 하인을 안심시키는 말에서 대인으로서의 풍모를 느낄 수 있다. 안영의 말은 되씹을수록 참으로 심오하다. 안영의 목숨뿐이겠는가. 우리의 목숨도 어딘가에 걸려있으리라.

이런 안영의 인품에 반한 사마천은,

"가령 안자가 지금 다시 있다면, 나는 비록 그를 위해 채찍을 잡는 일을 한다 해도 기쁨과 흠모로 모시리라."
假令晏子而在 余雖爲之執鞭 所?慕焉
-사마천, 사기史記 안자열전晏子列傳 찬贊

사마천이 누구인가? 죽간에 50만자를 피눈물로 새겨 기록한 역사학의 아버지로 오늘날 인문학의 비조로 칭송되는 이가 아닌가. 그런 사마천이 기꺼이 말구종이 되겠다고 한


제나라 재상을 지낸 안영은 춘추전국 시대를 통틀어 최고의 재상으로 손꼽힌다. 그는 가죽 옷 한 벌을 30년간 입을 정도로 검소한 사람이었다. 안영은 옳은 말 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의 직언은 왕에 대해서도 예외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영공, 장공, 경공 3대에 걸쳐 약 40여년 간 정치에 보직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옳은 행동을 하게 만드는 말솜씨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처음 잘못한 것은 아니건만은
끝까지 잘하는 자는 정말 드무네
靡不有初 鮮克有終
-시경

사마천이 “내가 안자를 만난다면 그를 위해 채찍을 잡는 천한 일이라도 하겠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안자.

안영이 춘추 말기 중원의 패자인 초(楚)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초나라 영왕(靈王)은 안영이 온다는 통지를 받고 그를 시험해 보기 위해 좌우의 신하들과 상의하였다.


"안영은 키가 5척에도 못미치지만 제후들 사이에 그 명성이 자자합니다. 과인의 생각으로는 초나라는 강하고 제나라는 약하니 이번 기회에 제나라에 치욕을 안겨주어 초나라의 위엄을 떨치는 것이 어떻겠소?"


그리하여 초나라에서는 안영을 놀려주기 위한 계책을 이미 세워두었다. 안영이 초나라 도성 동문에 도달하였으나 성문이 열려있지 않았다. 그래서 문지기를 불러 성문을 열라고 하자, 이미 안영을 놀려주기 위한 계책을 하명 받은 그 문지기는 안영을 성문 옆의 작은 문으로 안내하면서, "재상께서는 이 개구멍으로 들어가십시오! 이 구멍만으로도 당신이 출입하기에는 충분한데 무엇 때문에 귀찮게 성문으로 출입할 필요가 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그러자 안영은 이 말을 듣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


"이것은 개가 출입하는 문이지 사람이 출입하는 문이 아니지요. 개 나라에 사신으로 온 사람은 개문으로 출입해야 하고, 사람 나라에 사신으로 온 사람은 사람문으로 출입해야 하는데, 내가 사람 나라에 왔는지 개 나라에 왔는지 모르겠군요. 설마 초나라가 개 나라는 아닐테지요!"


문지기가 안영을 말을 초나라 영왕에게 전하자 영왕은 그것을 듣고 잠시 생각을 한 후 어쩔 수 없이 성문을 열도록 명령하였다. 이에 안영은 당당하게 초나라 도성의 성문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초나라 영왕은 안영을 접견하자 대뜸 다음과 같이 물었다.


"제나라에는 인재가 그렇게도 없는가? 어찌하여 그대와 같이 작은 사람을 초나라에 사신으로 보냈는가?"


안영이 대답하였다.


"대왕, 저의 제나라에는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수도 임치에는 인구가 백만이나 되는데, 사람들이 한꺼번에 숨을 내쉬면 그 입김으로 구름을 만들 수 있고, 사람들이 한꺼번에 땀을 흘려 그 땀을 훔치면 마치 비가 오듯 하며, 행인들이 끊임없이 지나다녀 발을 디딜 틈도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 인재가 없을 수 있겠습니까? 다만 저의 나라에는 한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사신을 파견할 때에, 현자(賢者)는 현명한 나라에 파견하고, 불현자(不賢者)는 현명하지 못한 나라에 파견하며, 대인은 대국에 파견하고 소인은 소국에 파견합니다. 지금 저는 무능하고 부덕하면서도 가장 현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초나라로 파견될 수밖에 없었으니 대왕께서는 이를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초나라 영왕은 이 말을 듣고 할 말을 잊고 있었는데, 마침 두 명의 무사가 죄인 한 사람을 끌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이에 초나라 영왕은 그 무사에게 물었다.


"그 사람은 무슨 죄를 지었느냐?"


무사가 대답하였다.


"그는 제나라 사람으로 절도죄를 지었습니다."

이에 다시 초나라 영왕이 안영에게 물었다.

"제나라 사람은 모두 물건을 훔치는 버릇이 있소?"


안영은 초나라 영왕이 조금 전에 당한 수치를 만회하기 위하여 고의로 이러한 질문을 던진 것을 알고 있었기에 부드럽게 대답하였다.


"소신이 듣기에 귤을 회수(淮水) 이남에 심으면 그것은 귤이 되어 달콤하기 이를데 없지만, 만약 그것을 회수 이북에 심는다면 작고 시면서 떫고 쓰서 먹을 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완전히 상반된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까닭은 바로 토질 때문입니다. 지금 이 사람이 제나라에 있을 때는 결코 도적이 아니라 양민이었는데 어찌하여 초나라로 온 이후에는 도적이 되었겠습니까? 이것은 초나라가 그를 이렇게 변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제나라 사람이 초나라에 있는 것은 마치 귤이 회수 이북에 있는 것과 같으니, 이것이 제나라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입니까?"


 초나라 영왕은 한참동안 묵묵히 있다가 탄식하며 말하였다.

"과인은 본래 그대에게 창피를 주려고 하였으나, 오히려 내가 그대에게 조롱거리가 될 줄 미처 생각하지 못했군요. 이는 과인의 잘못이니 그대는 나를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기 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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