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곤을 노래함[고운기]
1
스무 해 비가
온 천하 사람 덮을 지경에 이르러
요 임금은 곤(鯀)을 불렀다
곤은
불을 훔쳐온 프로메테우스처럼
한줌만 던져도 산처럼 커지는 하늘님의 식양(息壤)으로
황하(黃河) 긴 강을 따라 막고 쌓았다
2
외로워라, 곤이여
끝내 물길은 잡지 못하고
우산(羽山)에서 죽었다네
3
나는 들었다
곤의 아들 우(禹)가 죽은 아비의 배를 가르고 태어나
물길은 터야 하는 법이라
쌓고 막는 게 아니라 트고 나서야
물은 흘러 충충히 내려갔다고
삼문협(三門峽) 골짜기를 스치는 바람마저 소슬하리니
곤이여, 그대의 우직함이
아들의 지혜를 열었다면
죽음이라도 달게 받아 서운치 않았으리.
-『구름의 이동속도』, 문예중앙, 2012년, 22쪽~23쪽.
중국 신화에 따라면 중국 고대 순 임금이 재위하던 시절에 대규모의 홍수가 일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순 임금은 곤에게 이 홍수를 다스리는 일을 맡겼다. 물을 다스리라는 명령을 받은 곤은 하늘에서 '식양息壤'을 훔쳐 와 범람하는 물을 막았다고 한다. 식양이란 식물처럼 자라는 흙으로, 물이 범람하는 곳에 이 식양을 던져 놓으면 흙이 쑥쑥 자라나 물이 아무리 불어도 넘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천제天帝가 하늘의 흙을 훔쳐 간 사실을 알고는 노하여 곤을 죽인다. 죽은 곤은 누런 황룡으로 변했는데, 칼로 배를 가르자 그 속에서 우가 태어난다. 죽은 곤의 몸에서 태어난 우는 다시 순 임금으로부터 치수의 일을 맡게 된다. 이때 우는 그의 아버지와는 달리 넘치는 물길을 터 바다로 흘려 보냄으로써 홍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일을 하는 동안 우는 9년 동안 밖에서 지냈는데, 그 사이 세 번이나 자기 집 앞을 지났지만 한 번도 들르지 않았다고 한다.
-회남자
우 13년 동안이나 집을 떠나
설사 자기 집 앞을 지나가게 되어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의 실패를 거울삼아 '통하게 하는 것과 이끄는 것'을 위주로 하여 물의 흐름을 이용해 물을 다스렸다. 그리하여 중국의 구주에 아홉 개의 수로를 만들고, 아홉 개의 늪에는 제방을 쌓아 홍수를 막았으며, 구주의 산 또한 자세하게 측량하였다.
-십팔사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