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古'란 무엇인가

from 좋은글모음 2008. 6. 28. 13:31

 '고古'란 무엇인가, 그것은 죽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부분이며, 그 점에서 하나의 '지속'이다. 우리는 이 지속성 속에서 잃었던 자기 자신을 환기하고, 소중한 자신의 일부를 되찾을 수 있으며, 자신의 오랜 기억과 대면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고'는 진정한 자기회귀自己回歸의 본질적 계기가 된다. 진정한 자기회귀란 무엇인가. 그것은 자기를 긍정하되 자기에 갇히지 않고, 잃어버린 것을 통해 자기를 재창조해 내는 과정이다. 이 점에서 '고'는 한갓 복원이나 찬탄의 대상이 아니라, '오래된 미래'를 찾아 나가는 심오한 정신의 어떤 행로이다.

 세상은 점점 요지경이 되어 가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으며, 빨라지는 그만큼 생각을 점점 더 않게 된다. 생각을 하지 않으니 이 세계에 대해 점점 더 피상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많이 안다고 여기지만, 그것은 대개 시시껄렁한 것 아니면 실용적인 지식이며, 삶의 근원과 관련된 앎은 아니다. 문학 작품이나 예술 작품이라는 텍스트를 읽는 일은 한편으로는 즐거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고통스럽다. 왜 고통스러운가. 텍스트 속으로 깊이 들어가기 위해선 '생각', 즉 사유思惟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 역시 그렇듯이 이 고통의 과정 없이는 우리는 텍스트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다. 텍스트에 대한 사유를 통해 우리는 기다림을 배우고, 연민을 배우며, 깊은 슬픔을 응시해 낼 수 있게 되고, 이 세상의 온갖 존재들이 감추고 있는 아름다움을 읽어 내는 심안心眼을 얻게 된다. 이 점에서, 문학과 예술이라는 텍스트를 읽는 일은 세상·삶·자연이라는 텍스트를 읽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 연암을 읽는다[박희병]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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