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러분의 힘이 아니었으며 천자의 지위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오. 그러나 내 마음은 밤낮 없이 불안해서 베개를 높이하고 자지를 못하오. 이런 것을 안다면 아무도 천자의 지위에 오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오."
이 말을 듣고 석수신 등은 횡공하여 머리를 땅에 조아리면서 아뢰었다.
“폐하께서는 어찌하여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천명은 이미 정해져 있어서 끄떡이 없습니다. 누가 감히 폐하의 자리를 엿보겠습니까?"
“아니요, 여러분의 부하가 부귀를 탐낸다면 그때엔 어떻게 하겠소? 똑같은 경우로 일단 여러분에게 황색 옷을 입혀 놓으면, 여러분이 아무리 제위를 탐내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때엔 어찌하지 못할 것이 아니오?"
수신 등은 더욱 고개가 수그러져서 눈물을 흘리며, "저희들은 어리석어서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폐하께서는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저희들의 갈 길을 지시해 주시옵소서.” 하고 간절히 청했다.
그러자 태조는 말했다.
“인생이란 햇빛이 문틈으로 지나가는 것과 같이 덧없는 한순간에 지나지 아니하오. 이 짧은 인생에서 부귀를 바라는 것은 즐겁게 세월을 보내고 자손들을 곤궁하지 않게 해주기 위해서요. 이것이 즐거운 인생이오. 그러니 여러분도 고생스러운 군인 생활을 그만두고 넓은 봉토의 주인이 되어서, 경치 좋은 곳에 집을 짓고 농사 지어 자손들의 번영을 도모하고, 집 안에 노래 잘하는 아이와 춤 잘 추는 계집을 거느리고 날마다 술이나 마시며 즐겁고 편안하게 살아간다면, 그 역시 좋지 않겠소?"
석수신 등 여러 장수는 모두 엎드려 절하고, “폐하께서 그렇게 까지 신들의 일을 생각해 주시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바로 속담에 '죽은 사람을 살려서 뼈에 살을 붙인다'고 하는 것입니다. 성은이 하해 같습니다.” 하며 그 이튿날 모두 병을 일컫고 사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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