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의 ‘매천야록’과 더불어 구한말의 사회·정치문화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료중 하나로 꼽히는 ‘大韓季年史’는 1864년(고종 1년)부터 1910년 국권상실에 이르기까지 47년에 걸친 역사를 편년체로 기록한 사서로, 편찬자인 정교(1856~1925)는 개항기라는 격동의 시대에 독립협회운동에 투신해, 애국계몽운동과 각종 결사활동을 하면서 이 기록을 남겼다.저자의 약력에서 드러나듯, ‘대한계년사’는 그간 ‘고종실록’과 ‘순종실록’이 일본의 조선침략을 합리화하기 위해 씌어진 것과 달리, 일제에 의한 근대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담고 있으며, 그것에 대한 저항의 일환으로 쓰여졌다는 점이 그 사료적 특징이다. 관보와 외교문서, 상소문, 신문 등 여러 자료가 인용돼 있으며, 이를 통해 당시 궁 안팎의 사정이 얼마나 긴급하게 돌아갔는지 소상히 알 수 있으며, 독립협회활동에 대해서도 세부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47년의 기간 중에서도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1894~1910년이라 할 수 있다. 당시 관료였던 정교는 대내적으로는 조선말기 봉건주의적 모순과 관료들의 일제협력에 대한 민중들의 저항과, 대외적으로는 서양 열강의 침입에 직면한 상황을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 애국계몽운동 등의 활동을 통해 돌파하려 했던 정부 내 인사다. 민중들의 만민공동회 참여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동시에 지도부의 기회주의적인 태도는 서슴없이 비난하고 지도부의 자기반성과 각성을 촉구하는 중 기록 중간중간에 자신의 주장을 펴고 있는 이 책은 애국 계몽기 국권수호를 위해 노력한 초기 민족주의 사관의 입장을 잘 살필 수 있다. 있다. 독립협회 활동이 상세히 드러나는 것은 3권부터이며, 7권에선 러일전쟁과 을사조약을, 8권에선 고종 퇴위와 함께 거세지는 일본의 압박, 9권에는 ‘계년’이 가리키는 1908~1910년 조선 몰락의 주요 사건들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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