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 정부의 집권 초기 전두환 인물평

연합뉴스 | 입력 2010.02.09 14:41 | 수정 2010.02.09 15:26 | 누가 봤을까? 50 대 남성, 광주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 "신속한 해법을 추구하는 충동적인 성향의 소유자", "지식은 많이 부족하지만 지식습득 속도가 빠르고 융통성도 있다", "박정희 대통령과는 달리 북한을 상대로 정치적 제스처도 취하는 인물"….

지난 1981년 2월 워싱턴으로 전두환 대통령을 초청,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외교참모들이 내린 전 대통령에 대한 인물평들이다.

이런 인물평은 백악관과 국무부 참모들이 레이건 대통령에게 한미정상회담 자료로 올린 문건에서 열거된 것들로 미국 조지 워싱턴대 부설 민간연구기관인 국립안보문서보관소(NSA)가 이달 초 기밀해제로 공개한 미 정부 문서에 포함돼 있다.

리처드 알렌 국가안보보좌관이 레이건 대통령에게 보고한 그해 1월29일 문건에는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김 일성을 한국으로 조건 없이 초청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고 소개한 뒤 "이 제안은 북한을 수세적으로 만든 기민하고 시기적절한 조치였다"며 "박정희 대통령은 그러한 정치적 제스처를 취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알렌 보좌관은 군인 출신의 전 대통령은 정치적 경험은 많지 않지만 "능란한 정치 기술을 급속히 배워가고 있다"며 전 대통령의 권력기반은 군이지만 군과는 거리를 두고 지지기반을 확대하려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시점에서의 한미정상회담은 전 대통령에게는 "커다란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미정상회담을 위한 국무부 내부 브리핑 자료에서는 "유교적이고 독재적 스타일의 전 대통령은 신속한 해법을 추구하는 충동적 성향이 있으며, 지식은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지만 "지식습득 속도가 빠르며 젊은 측근 참모들에 비해서 독선적이지는 않으며 융통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문제에 대한 미국의 충고에 대해서는 "전 대통령은 미국의 충고가 (공개적이지 않고) 사적으로 전달되고, 미국과의 상호협력이 전제될 때 우리의 충고를 귀담아들을 준비가 돼 있는 인물"이라고 기록했다.

특히 "전 대통령이 김대중 씨 문제에 대한 외국의 우려를 수용할 역량과 의지가 있느냐는 문제는 그가 얼마나 성숙했느냐를 측정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자료에서 "한국 국민들은 80년 광주사태 이후 전 대통령에게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입증하는 일종의 `유예기간'을 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며, 그가 한국의 극심한 경제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시험대"라고 전망했다.

sg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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