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중의 친일 ‘3·1운동 자제단’은 누구?
한겨레 | 입력 2010.03.01 20:30 | 수정 2010.03.01 21:50 | 누가 봤을까? 50 대 남성, 전라
[한겨레] 전국 곳곳서 항일운동 확대 막아
박중양·이진호등 14명 명단 공개
'민간 유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독립운동의 진정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유혹하는 자를 검거할 것을 서약하게 만들자.'
1919년 3·1운동 당시 데라우치 마사타케 조선총독에게 이런 구절이 담긴 서한이 전달됐다. 편지는 마치 일본인끼리 대책을 논의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편지는 당시 전북 도장관을 지냈던 이진호가 쓴 것이다. 친일파들은 3·1 만세운동의 열기를 두려워한
나머지 또하나의 치욕적인 기록을 남겼다. "독립운동을 자제하자"며 스스로 '자제단'이란 단체를 꾸린 것이다.
민족문제연구소(소장 임헌영)는 1일 이진호, 박중양(당시 중추원 찬의) 등 자제단 결성을 주도한 친일인사 14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박중양은 나중에 중추원 부의장(지금의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거물급 친일파로 자제단 구성의 공로를 인정받아 일제가 주는 훈장까지 받았다. 총독에게 편지를 쓴 이진호는 조선인 첫 학무국장(지금의 교과부 장관)을 지냈다. 윤필오(관변단체 '대구교풍회' 회장)는 대구에서 자제단 발기인으로 참여한 데 이어 경주에서 면장들을 모아 놓고 자제단 결성을 주도하는 등 세 확산에 앞장섰다. 그밖의 주도적 인사들로는 △김병태 △민영은 △박기순 △서병조 △신석린 △윤석필 △이승칠 △이종국 △장상철 △정재학 △정해붕이 꼽힌다.
1919년 4월6일 발기인 67명으로 대구에서 처음 만들어진 자제단은 같은해 7월까지 충북·전북·울산·수원 등 전국으로 확대됐다. 대구 자제단의 규약을 보면, '본 단원은 부민 집집마다에 대해 경거망동에 노동치 말도록 굳게 타이르고, 만약 불온한 행위를 감히 하는 자를 발견했을 때는 당장 경무관헌에 보고해야 한다'고 정해 민족의 내분을 조장하고, 항일운동의 확대를 막으려 했다.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은 "자제단은 3·1운동을 조직적으로 와해시키려 한 가장 반민족적인 친일단체"라며 "자제단이 주로 지주와 고위 관료들로 구성된 것은 3·1운동의 반봉건·반외세적인 성격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 한겨레 > [ 한겨레신문 구독 | 한겨레21 구독 ]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박중양·이진호등 14명 명단 공개
'민간 유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독립운동의 진정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유혹하는 자를 검거할 것을 서약하게 만들자.'
민족문제연구소(소장 임헌영)는 1일 이진호, 박중양(당시 중추원 찬의) 등 자제단 결성을 주도한 친일인사 14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박중양은 나중에 중추원 부의장(지금의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거물급 친일파로 자제단 구성의 공로를 인정받아 일제가 주는 훈장까지 받았다. 총독에게 편지를 쓴 이진호는 조선인 첫 학무국장(지금의 교과부 장관)을 지냈다. 윤필오(관변단체 '대구교풍회' 회장)는 대구에서 자제단 발기인으로 참여한 데 이어 경주에서 면장들을 모아 놓고 자제단 결성을 주도하는 등 세 확산에 앞장섰다. 그밖의 주도적 인사들로는 △김병태 △민영은 △박기순 △서병조 △신석린 △윤석필 △이승칠 △이종국 △장상철 △정재학 △정해붕이 꼽힌다.
1919년 4월6일 발기인 67명으로 대구에서 처음 만들어진 자제단은 같은해 7월까지 충북·전북·울산·수원 등 전국으로 확대됐다. 대구 자제단의 규약을 보면, '본 단원은 부민 집집마다에 대해 경거망동에 노동치 말도록 굳게 타이르고, 만약 불온한 행위를 감히 하는 자를 발견했을 때는 당장 경무관헌에 보고해야 한다'고 정해 민족의 내분을 조장하고, 항일운동의 확대를 막으려 했다.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은 "자제단은 3·1운동을 조직적으로 와해시키려 한 가장 반민족적인 친일단체"라며 "자제단이 주로 지주와 고위 관료들로 구성된 것은 3·1운동의 반봉건·반외세적인 성격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 한겨레 > [ 한겨레신문 구독 | 한겨레21 구독 ]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