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제자 최구(崔瞿)는 천하를 다스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이 좋아질 수 있는지에 대해 노자에게 질문하였다. 그러자 노자가 말했다. "공연히 사람의 마음을 묶지 않도록 삼가하게. 사람의 마음을 억누르면 가라앉고 치켜올리면 올라가는데, 오르락내리락하다가는 쇠잔해지네. 부드러움으로 굳센 것을 유연하게 만들고 날카로운 것으로 파고 새겨 상처를 내지. 또 뜨거워지면 불길처럼 타오르고 차가워지면 얼음처럼 꽁꽁 언다네." 사람의 마음을 묶는다는 것은 유가(儒家)에서 말하는 인의(仁義)와 같은 것으로 구속을 말한다. 노자는 사람의 마음이란 인위적으로 다스려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 놓아두면 다스려진다고 말하고 있다. "자귀나 톱 같은 사형 방법으로 사람을 억누르고, 오랏줄이나 묵죄(墨罪) 같은 법률로 사람을 죽이며, 뭉치나 끌로 사람 목숨을 끊어 버린다. 이처럼 어지러운 세상이 된 것은 사람의 마음을 인의로 묶었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어진 이는 산속에 숨어 살고 군주는 궁궐에서 두려움에 떨며 살게 되었다. 지금도 처형된 자가 베개를 나란히 하고, 칼쓴 자와 차꼬 찬 자가 비좁은 곳에서 서로 밀치며, 형벌로 죽은 자들이 나동그라져 있는 것이 보인다. 이렇게 되자 유가나 묵가가 기세를 부리게 된 것이다. 이렇게 심할 수가 없구나. 반성하지도 못하고 부끄러움도 모르는 그들의 모습이라니. 나는 성인이나 지혜라는 것이 칼과 차꼬를 죄는 쐐기가 되지는 않는지, 혹 인의(仁義)가 수갑과 차꼬를 더욱 단단히 하는 형구가 되지 않는지 알 수 없구나. 증삼과 사추가 걸왕과 도척의 효시(嚆矢)가 된것이 아닌지 어찌 알겠느냐. 그러므로 성인을 없애고 지혜를 버린면 천하가 잘 다스려진다." 이는 장자다운 예리한 경고로, 세상을 잘 다스리려는 인의나 지혜가 오히려 세상을 어지럽게 하며 인간을 옥죄는 도구가 되고 있으니, 자연 그대로의 마음이야말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때부터 "효시"는 사물의 맨 처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