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석조전 1898년 설계도 원본 찾았다

건축공학자 김은주씨 발굴

중앙일보 | 이경희 | 입력 2011.08.19 03:02 | 수정 2011.08.19 09:30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강원



[중앙일보 이경희]

대한제국의 꿈을 담은 덕수궁 석조전(石造殿·동관·등록문화재 80호)의 원본 설계도면이 발굴됐다.

 건축공학자 김은주(44)씨가 영국 건축가 J R 하딩이 1898년 완성한 최초 입면(立面)설계도(위사진)를 일본 하마마츠 시립 도서관에서 발굴해 18일 공개했다. 석조전은 서울 정동 덕수궁(사적 142호)에 고종 황제 처소 겸 집무실로 건립된 서양식 황궁(皇宮)으로 1900년에 착공, 1910년 완공됐다. 대한제국의 정궁(正宮·임금이 거처하는 건물)을 꿈꾸며 지었으나 일제강점기에 박물관 등으로 쓰이며 원형이 크게 훼손됐다.

김은주 박사(左), 최광식 청장(右)

 김씨는 석조전의 초기 평면도, 덕수궁미술관 건물의 원본 설계도면도 발굴했다. 석조전 앞 정원의 변천 과정도 규명했다. 그는 "건립 당시 조성된 유럽식 바로크 정원엔 분수가 없었다. 거북상이나 물개상은 모두 일제에 의해 조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자료는 김씨의 독일 슈투트가르트대 박사학위 논문에 담겼다.

 문화재청은 석조전을 '대한제국 역사관'(가칭)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2009년 10월부터 원형 복원 공사 중이다. 2012년까지 90억원이 투입된다. 그러나 설계도가 없어 건물을 뜯어보고 추정·복원해 왔다. 문화재청이 확보한 도면은 일제가 석조전을 1933년 이왕가(李王家)미술관으로 개조한 후 작성한 38년 무렵의 것이라 원형과 거리가 멀다. 최광식 문화재청장은 "그간 원 설계도면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는데 반가운 소식이다. 충실히 반영해 원형에 최대한 가깝게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 dunglejoongang.co.kr >

◆J R 하딩(1858~1921)=존 레지널드 하딩. 영국인 건축가이자 기술자. 목포의 항구와 등대 개발에서 자문을 맡기도 했다. 1898년 대만에서 석조전 설계도를 완성했다. 대만에도 그의 건축물이 3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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