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모슬포에 머물다
-조정
모슬포 한 장이 나를 덮쳤다
젓가락으로 멍게 한 점 들어올리던 포장마차가 유리문 안에서 부르르 떨 때
저녁 불빛 한 점씩 어져 녹져 깜박거리기 시작할 때
휘어지는지 울먹이는지
걸음을 멈추지 못 하는 허리에 어두운 치맛자락을 감고
한 바위섬이 다른 바위섬에게 다가서는 듯 다가서지 못 하는 듯
성큼성큼 바다를 가로지르는 띠풀 언덕에 말없는 말을 세워두고
선 채로 마신 한라산*은 늙은 섬 구들처럼 뜨거울 때
모슬포 한 장이 나를 덮쳤다
* 한라산 : 제주산 소주 이름.
문예연구 2006. 봄호